LOT010. 운남철관음 231

큐레이터 J

Chapter 1. 
비교우위가 의미를 잃는 차

차 하나를 고를 때 비교 시음을 많이 합니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날의 차를 다양한 조건에서 맛본 뒤 비로소 하나둘 소개하는 편이지요. 

그런데, 드물게 비교 시음이 의미를 잃는 차가 있습니다. 한 입 마시자마자 직감적으로 '이건 무조건 해야 해!' 알림창이 뜨는 차지요. 더 볼 것없이 바로 결정하곤 합니다. 이번엔 이 차가 그렇습니다.

Chapter 2. 
돌아온 운남철관음

운남철관음이라는 다소 묘한 이름의 차. 이 차를 3년째 소개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다들 낯설어하시던 차였는데, 이제는 이음의 시그니쳐 차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특히나 작년에 소개했던 [운남철관음 경배]는 요즘 다시 맛을 보아도 감탄할 만큼 정말 좋은 차았지요. 이번 배치는 그에 준하는 굿 배치입니다.

Chapter 3. 
산지, 기술, 사람. 
세 박자를 맞추어

운남철관음은 독특합니다. 대만의 차농이 운남에 다원을 조성하였고, 복건성의 정총 홍심철관음을 가져와 심어 가꾸었죠. 차 시즌이 되면 운남에서 1차로 모차를 만든 뒤, 대만으로 수입하여 탄배를 진행합니다. 그러니까 산지는 운남, 다원을 꾸린 것은 대만 차농, 완성한 것은 대만의 차사부가 되는 것입니다.

배화를 할 때는 무이암차처럼 배화 전 안정화 기간을 거친 뒤 배화하고, 배화도 여러 차례에 나누어 천천히 진행합니다. 배화를 끝낸 차도 몇 달간 안정시킨 뒤에야 꺼내 놓으니, 차가 처음 만들어진 시점부터 완성품을 받아보기까지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차입니다.

Chapter 4. 
일단, 저는 묵힐 거예요. 

반농담 삼아 이름 붙인 [녹아 없어지는 철관음]이나 [의사 철관음] 같은 노철관음. 기억하시나요? 종종 행사에서 내곤 하는데요. 

앞서 소개했던 [운남철관음 경배]가 [녹아 없어지는 철관음]과 같은 방향성을 보는 차라면, 이 차는 [의사 철관음]과 같은 방향성을 볼 차입니다. 

망고나 복숭아 익은 과일의 향은 지금도 풍부하지만, 이 차가 묵어서 더 좋아지면 분명 더 좋은 길로 가겠지요. 좋은 차는 양이 적고, 마시기에도 모자라서 묵힐 양이 없다는 것이 아쉽고 또 아쉬울 뿐입니다.

TEA GUIDE

TASTING NOTE 

약간의 떫은맛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훌륭한 차입니다. 철관음의 장점을 오롯이 가지고 있으면서, 떼루아도 좋고, 제다도 훌륭합니다. 위조와 산화는 전통의 그것을 잘 따라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보기 힘든 3홍 7록의 엽저를 어렵잖게 확인할 수 있으며, 고산 차청에서 오는 감칠맛과 바디, 약간의 산운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익은 망고, 복숭아, 파인애플, 수박, 사과 껍질, 포도, 꿀의 느낌이 복합적이고 촘촘하게 짜여있습니다. 식으면 이런 다채로운 과일 향이 더 선명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차를 앞에 두고 식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테이스팅 노트는 테이스팅 시점 및 지역, 보관 기관, 보관 환경, 기물, 물 등에 따라 다르게 발현될 수 있습니다. 

BREWING GUIDE

*브루잉 가이드는 개완 포다법을 기준으로 합니다. 

*입문자를 위한 기본 가이드로 비율과 우림 시간은 기호에 맞게 가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