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T011. 녹곡 전통오룡 23春

큐레이터 J

Chapter 1.

녹곡의 젊은 차농 

녹곡(루구)은 대만차 배화의 중심지이자, 동정오룡의 고향입니다. 대만 청심오룡의 출발선이라고 보는 경우도 있지요. 그만큼 대만차의 역사와 문화에서 녹곡이 가지는 영향은 지대합니다. 

그런데 막상 녹곡에 가 보면 상상과는 다른 모습에 놀라시곤 합니다. 그렇게 차로 유명한 곳인데, 차밭이 많지도 않고, 평균 연령이 높아 잘 발전된 현대식 다원과는 차이가 크기 때문이지요. 대를 이어 차업을 하는 이들 정도를 제외하면 젊은이도 많지 않습니다. 

또한 다른 곳과는 달리 차농사보다 배화가 중요한 지역이다 보니, 직접 농사를 짓고 차를 만드는 차농보다 차사부라고 부르는 이들의 비중이 높은 점도 묘한 기류를 만들지요. 차농사나 제다보다 배화에 들어가는 품과 자본이 더 적어서 젊은이들이 돌아오더라도 배화만 배우는 경우도 제법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녹곡의 부흥과 옛 동정오룡의 부활을 꿈꾸는 젊은 차농 하나가 있습니다. 

Chapter 2. 

남들이 돌아보지 않더라도

'외골수'

딱 그에 어울리는 인상을 주는 사내였습니다.  그가 꿈꾸는 녹곡의 미래는 어찌 보면 환상 같습니다. 그런 그에게는 자신의 이상과 차에 공감해 주는 외국인이 무척 반가웠던 것 같습니다. 

그의 차는 요즘 대만인들에게 도리어 낯선 인상을 줍니다. 그럴 수밖에요. 모두가 [요즘 동정오룡]을 만드는 이 때 [전통오룡]을 만들고 있으니 말이지요. 당연히 비새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도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품의 관점에서 본다면 훌륭합니다. 해발고도의 느낌도 잘 살아있으면서 다채로운 산화도에서 오는 층차감도 좋은 포인트죠. 시원하면서도 따듯하고, 다채로우면서도 일관됩니다. 차를 가져오던 귀갓길이 무척 신났던 기억이 납니다.

Chapter 3. 

전통오룡은 어떤 차인가요?

전통오룡은 지금까지 몇 차례에 걸쳐 소개했었습니다. 만드는 데에 손이 정말 많이 가는 차이다보니 늘 양이 많지 않아 경험해 보신 분이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큰 방향성으로는 현대 전통오룡과 홍수오룡 사이에 있는 차입니다. 홍수오룡처럼 배화도가 높지는 않고, 홍수오룡보다 조금 덜 산화시킨 정도이지요. 배화는 고온까지 올라가지 않고 중온에서 마무리합니다. 때문에 구수한 향보다는 익은 과일이 주요 노트로 발현되는 차입니다. 청향의 흔적이 아주 약간 남아 있는 경우가 있으며, 층차감과 복합성이 좋아 다채로운 느낌을 줍니다. 현대 동정오룡과 비교하면 구수한 향이 무척 적고, 익은 과일 향이 주가 되며 차탕이 농밀한 느낌을 주곤 합니다. 

TEA GUIDE

TASTING NOTE 

장시간의 배화에서 오는 캐슈넛, 마카다미아류의 향이 있지만, 바짝 불을 당겨 배화하지 않았기에 견과견과견과! 구수구수구수!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향미 전반에 녹아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단맛에 말린 살구와 폭삭 익은 복숭아 과육 느낌이 잘 붙어있습니다. 복합적인 느낌은 주는데도 일관적인 느낌을 주어 재미를 줍니다. 훈연향, 밀향, 포도 껍질향, 솔잎향 등 자잘하고 미세한 향들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차입니다.

*테이스팅 노트는 테이스팅 시점 및 지역, 보관 기관, 보관 환경, 기물, 물 등에 따라 다르게 발현될 수 있습니다. 

BREWING GUIDE

온도에 따라 무척 다르게 나오는 차이지만, 어떻게 우려도 재미난 모습을 볼 수 있는 차입니다. 우리기 어렵지 않으니 자유롭게 드셔주세요!

*브루잉 가이드는 개완 포다법을 기준으로 합니다. 

*입문자를 위한 기본 가이드로 비율과 우림 시간은 기호에 맞게 가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