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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차는 채엽-위조-건조 이상의 세 단계만을 거쳐 차를 만듭니다. 다른 차보다 제다 공정이 간단한 만큼 만들기 쉬워 보이지만, 차청의 장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제다 시 차청에 대한 이해도가 차의 품질을 크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대만의 백차는 다양한 산지, 다양한 환경, 다양한 품종으로 제다됩니다. 중국의 백호은침처럼 여린 싹만을 모아 놓은 차도 있고, 신차인데 노백차 같은 외형을 띄는 백차도 있습니다. 단맛이 무척 강한 백차가 있는가 하면, 약한 심심한 느낌을 주는 백차도 있습니다. 다양성을 전제로 대만 각지의 백차를 만나면 재미있는 부분이 무척 많습니다.
이하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백차에 대한 내용과 이에 대한 짧은 설명을 더한 것입니다.
Q. 백차는 백호은침, 백모단, 수미, 공미로 나누지 않나요?
백차의 생산지, 품종, 제다가 제한적이었던 시기에는 백차를 구분할 때 채엽 등급으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인 구분 방법이었습니다. 단순히 채엽으로만 비교해도 품질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나머지 부분에서 차이가 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백차의 생산지가 다양해지면서 백차 품질에 영향을 주는 요소도 무척 다양해졌습니다. 때문에 최근 생산되는 백차 중에는 이상의 채엽 등급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많습니다.
Q. 백차는 산화도가 낮은 차 아닌가요?
역시나 예전에는 상식으로 받아들여졌으나, 현재에 일괄적으로 작용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는 내용입니다. 산화는 효소적 산화와 비효소적 산화로 나뉩니다. 일반적으로 차를 분류할 때에 이야기하는 산화는 효소적 산화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백차를 만들 때에도 품종과 위조 환경에 따라 무척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예컨대 금훤과 홍옥을 비슷한 등급으로 채엽하여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한 시간동안 위조&건조하여도 두 차의 산화도는 무척 큰 차이를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동일한 차청을 가지고 따듯하고 높은 습도의 환경에서 위조하는 것과 시원하고 낮은 습도의 환경에서 위조하는 것은 같은 시간 동안 위조하더라도 결과물의 산화도에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다양한 백차가 나오는 현대에는 백차=산화도 낮은 차 라는 기준을 적용하면 다양한 오류가 생길 수 있습니다.
Q. 백차는 묵혀 먹어야 한다던데요.
백차는 1년째에는 차이고, 3년째에는 약이며, 7년째에는 보배라는 말이 있습니다. 백차를 접할 수 있는 모든 나라에서 흔히들 하는 말이지요. 그래서 원래는 압병하지 않던 백차를 압병하여 수장하기 쉽게 만들거나, 백차를 부러 묵혀 먹는 등 백차와 관련된 재미난 생산/소비 문화가 조성되었습니다.
백차는 산화가 무척 빠른 편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는 말입니다. 다른 차류에 비해 색, 향, 미의 변화가 극적이기에 차를 익혀 먹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백차가 무척 매력적인 장르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모든 백차가 묵혀 마시기에 적합한 것은 아니고, 품종과 제다가 어느정도 부합되어야 합니다. 당해년도에 마시는 백차가 가장 맛이 좋을 수도 있고, 묵혀 먹었을 때에 신차보다 월등히 좋은 백차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백차가 다양해진만큼 다양한 백차를 경험해보고 이에 대한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이면 어렵지 않게 수장용 차와 빠르게 소비할 차를 구분할 수 있게됩니다.
수선은 민북 오룡의 대표 주자이자, 광동 오룡의 뿌리가 되는 품종입니다. 향과 탕에 깊이가 있으며, 선명하고 고급스러운 꽃향을 그 품종향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소엽종 품종과는 달리 교목이기에 수령이 오래 된 수선은 노총 수선, 고총 수선 등으로 구분하여 더 귀하게 여깁니다. 흔하다면 흔한 품종이지만, 잘 만든 좋은 수선을 찾기는 상당히 어려운 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만 수선은 특정 지역에 생산이 집중되어 있지 않습니다. 각 지역마다 주요 품종이 있고, 수선은 특수하게 소량 재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만에서는 심갱, 석문, 평림, 석정 등에서 기르는 농가가 있고, 중남부에서는 평지에 약간, 매산, 기래산과 복수산 등 고산 지대에 약간 다원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다소 주의해야 할 것은 이 수선들이 단일 품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만에 일치시기 전후로 무척 많은 품종이 유입되었고, 품종에 대한 관리나 인식이 지금처럼 좋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변이나 변종도 많았고, 정체가 확실하지 않은 품종을 모두 수선이라고 부르는 등 품종 구분이 제대로 지어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유입된 품종이 여러가지 품종이었던 부분도 이런 다양성에 한몫을 하였습니다. 수선은 긴 시간에 걸쳐 기르는 경우가 많은 만큼 현대에 와서도 이 현상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대만 수선은 이름보다는 외형과 품종 특유의 향미로 하여금 차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베이시 최북단에는 석문石門이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항구 마을이자, 대만차의 교역로였고, 홍차 생산의 중심지 중 하나였지요. 옛 석문의 지명인 <아리빵>을 딴 <아리빵 홍차>가 석문의 주요 생산 차품이었습니다. 시대가 바뀌며 현대의 석문은 홍차보다는 철관음으로 알려진 산지가 되었습니다.
비록 큰 차구는 아니지만, 자연 그대로의 깨끗한 다원 관리, 바닷바람을 바로 맞는 석문의 떼루아, 높은 위도에서 오는 낮은 기온은 평지임에도 불구하고 멋진 차를 만들어주는 산지입니다.
Editor’s Comments
석문에서 드디어!
석문 수선 백차는 이음에서 소개하는 백차 라인 중 나름 정기적으로 소개하는 차품입니다. 다원관리와 품종은 물론이고, 여름이면 밀향도 무척 잘 나오는 산지이기 때문에 아주 질 좋은 백차를 구할 수 있는 산지이기 때문이지요. 이 끝내주는 산지에는 아쉬운 점이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지역 같으면 좋은 차를 만들 때에 채엽공을 구해서 채엽 등급이 높은 수공채엽 차를 만들기 마련인데, 석문은 사람이 없다 보니 대부분 기계 채엽을 하고, 석문 아저씨 내외분께서 수공채엽을 해도 그 양이 별로 없거나, 채엽 등급이 조금 낮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거든요. 그런데 올 해 여름은 소록엽선이 많이 작용하기도 했고, 좋은 백차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있어서 이음과 특별히 협의하여 외부에서 채엽공을 특별 초빙(?) 하였습니다. 기존 석문 수선 백차보다 채엽 수준이 대폭 올라간만큼 양은 이전과 비슷하지만, 품은 여러모로 상당히 좋습니다.
*한국에서 수선 백차를 소개할 때에 품에 따라 가격이 달랐던 만큼 얼리버드 차 중 유일하게 한국 기준가를 말씀드립니다. 이번 수선은 42,000~45,000/30g 정도 되는 품의 수선 백차입니다.
테이스팅 노트
기존 석문 수선 백차보다 클린컵이 대폭 상승한 배치의 백차입니다. 채엽 등급은 향미도 향미이지만, 클린컵에 아주 큰 영향을 주는데 역시 채엽 등급이 확 올라갔더니 클린컵도 크게 좋아졌습니다. 밀향이 평년보다 많은 편으로, 시원한 뒷맛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따듯함을 주고 열감도 약간 있어서 뜨끈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을 같이 가지고 있습니다. 밀향에서 이어지는 리치 뉘앙스와 은은한 과향, 수선의 고급스러운 꽃향이 포근한 느낌을 줍니다.
화려하거나 단맛이 엄청 강하거나, 직관적인 느낌을 주는 백차는 아니지만, 온화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전통 백차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브루잉 팁
열탕으로 너무 길지 않게 우려 마실 때에 진가가 드러나는 백차입니다. 열탕으로 30초 정도 우려내시면 차탕과 차의 장점을 온전히 즐기시기에 좋고, 낮은 온도로 천천히 우려 드시면 밀향을 살려 드시기에 좋습니다.
김아* 님의 리뷰입니다. (인증된 구매자) LOT042. 석문 수선 백차
건엽부터 향긋하고 달달해요. 냉침으로 마셔도 맛있을 듯!
김아* 님의 리뷰입니다. (인증된 구매자)
LOT042. 석문 수선 백차